많은 타이베이 시민들은 구팅이라고 하면 아마 MRT 역 주변의 수많은 고층 건물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허핑서로 입구에서 두 번의 모퉁이만 돌면 바로 진장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허핑서로의 번화하고 떠들썩한 모습과는 달리 진장가에는 4~5 층 높이의 주택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시끄러운 차와 사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진장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토지신을 모시는 사원인 복덕야장경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곳 사원 뒤편에 위치한 오래된 반얀트리(고목 나무)는 둘레가 10 미터에 달하고 그 나이는 250 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마을 주민들은 종종 나무 아래에 모여 대화의 장을 열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사원이 역사적으로 청나라 시기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이민한 사람들이 땅을 개간하면서 세운 “구팅 촌락”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구팅 촌락의 규모는 원래 크지 않았으나 유공천 운하와 같은 관개 시설이 개설되면서 징메이 일대의 개발을 촉진시켰고, 근처 구팅 지역의 인구도 함께 증가함에 따라 개척자들의 신앙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사원은 민족 집단 간의 협력과 공생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 대만 서북부 일대의 객가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타이베이로 이주하여 구팅에 정착하였고 이들이 결성한 “백공회”는 장경궁의 보수와 제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다른 성(省)에서 이주하여 초기 난지창 지역에 정착했던 사람들 중 일부 역시 그들의 자녀가 성장한 이후 근접한 구팅에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장경 사원의 신도가 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어떤 민족에 속해 있는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오래된 반얀트리(고목 나무) 아래에서 그늘을 즐기며 장경 사원에서 평안을 바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