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저우 공원 주변에 높이 자란 야자수들을 지나 골목으로 걸어가다 보면 곳곳에서 다양한 녹색 식물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길모퉁이에 서 있는 이 나무는 특히나 홀로 몸을 높고 곧게 세우며 자신의 비범한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마늘 배나무’라는 종으로 한 손에 셀 수 있을 만큼 대만에서 희귀한 외래종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 나무가 자라고 있는 땅은 원래 대만 전력 공사 엔지니어링 부서의 사무실이 있던 곳입니다. 1970년대 당시 대만 전력 공사의 직원이었던 천원왕은 제자인 천린진에게 나뭇가지를 선물하며 대만 전력 공사 건설의 성공을 위해 함께 인도보리수를 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실수로 마늘 배나무를 심게 되었고 그대로 15년간 정성 들여 돌본 끝에 꽃까지 피워 냈습니다. 그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인근 대만 대학교 학생들이 이곳을 지나가다 연구를 위해 꽃가지를 주워 갔고, 그제서야 오랫동안 인도보리수라고 여겼던 나무가 사실은 오세아니아에서 온 마늘 배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심어진 마늘 배나무는 매년 청명절이 다가올 때면 녹음이 만연한 가운데 온 가지에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이 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흰색에서 연보라색으로 서서히 그 색깔을 변화시킵니다. 나비 날개 모양을 닮은 꽃잎들은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마치 수천 마리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며 ‘나무 모양’의 건물 높이까지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에 많은 여행자들은 발길을 멈추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곤 합니다.
이제 마늘 배나무는 마을 주민들과 대만 전력 공사의 공통된 기억을 담은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원래 이 나무는 담장 안 쪽에 심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담을 사이에 두고 그 모습을 감상해야 했는데, 대만 전력 공사가 2016년 '원뤄팅' 공공 예술 공간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모퉁이의 담장을 철거하였습니다. 동시에 인근 전력 설비들도 이전시키며 나무에게 보다 넓은 생활 공간을 선사했습니다. 또한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공공 예술 <마늘 배나무의 심장박동>을 설치했으며, 주변 독립 서점 십여 곳과 협력해 나무 옆 ‘문화 수다' 시벽에 작품 한 구절씩을 새겨 넣기도 했습니다. 이곳에 방문한다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긴 후 독립 서점과 지역 사회의 오랜 우정이 만들어낸 시들을 살펴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