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로 옆 바더로 골목길에 위치한 서점 '한성항'의 입구에는 '한성'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붓이 세워져 있으며, 이는 조롱박 모양의 특이한 자동문 안에서 판매하는 것이 바로 ‘문화’ 처방전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서점일 뿐만 아니라 많은 1981-2000년대에 태어난 대만 사람들의 어린 시절 한 켠을 차지하며 25만 부 이상 발행된 <한성소백과>와 <한성소소백과>를 탄생시킨 한성 출판사이기도 합니다.
한성 출판사가 설립되던 1970년대에는 중화민국이 UN에서 탈퇴하며 대만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 및 입지에 대해 혼란함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성사군자'로 알려져 있는 황융쑹, 우메이윈, 야오멍자, 시쑹 4인은 출판물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고자 영문 잡지 <ECHO>를 최초로 창간했습니다. 몇 년 뒤에는 역으로 대만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며 <한성>이라는 잡지를 발간하였고 민간 예술, 전통 풍습, 문화 유산을 고증 및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994년에 발간된 제78호 <용담성적정을 구출하라>에는 한때 철거 위기에 놓였었던 석자정을 기록하였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현존하는 대만 최대 규모의 석자정이 현재까지도 보존되어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성 출판사의 출판 범위는 점점 더 넓어졌고, 1984년과 1987년에 각각 현재까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아동 도서 시리즈인 <한성소백과>와 <한성애적소소백과>를 완성했습니다. 이 백과사전은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며 역사와 지리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점으로부터 50년 후(즉, 현재) 세계의 모습을 예측하여 보여주며 수많은 대만 어린이들에게 깨달음을 선사했습니다. 오늘날의 한성 출판사는 더 이상 신간을 출간하지 않지만 서점에 진열된 책과 잡지는 우리에게 과거 대만 지식인들이 노력해온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