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후 고등학교 건너편의 사두산에 고전미를 풍기는 벽돌로 된 2층짜리 ‘저택’이 있다는 사실은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네이후의 붉은 저택으로 알려져 있는 민남식 서양 가옥인 ‘네이후 곽씨 고택’은 대만 전통 가옥 형태인 '본채 한 칸과 곁채 두 칸'의 구조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2층에는 서양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진 돌출된 아치형 발코니가 있습니다. 정면에서 이 집을 바라보면 흰색 돌의 중앙에 박혀 있는 정사각형의 무늬 타일이 보이는데, 이는 고택이 지어진 1920년대에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당시 일반 주택과 사원의 건축 자재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진 이 저택은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숨겨진 디테일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곽씨 고택의 주인은 일제 시기 네이후 마을의 초대 촌장인 곽화양이었습니다. 곽씨 가문은 18세기 초(청나라 옹정 시기) 대만으로 건너와 현재 과학 기술 단지로 유명한 네이후 지역에서 백 년에 걸친 개간과 경영을 통해 광활한 농지를 이루었고, 이에 점차 명망 높은 가문이 되며 네이후 사두산에 저택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전쟁의 혼란을 겪으면서 이 빨간 건물은 종종 농민과 사원에 빌려졌고, 1980년대에는 이곳을 사용하던 마지막 사원이 이사해 떠나면서 한동안 관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2010년 당시 곽원익 식품의 회장이었던 곽석길이 우연히 이 고택을 발견하게 되면서 곽씨 가문의 후손들과 1년 반의 보수 공사를 진행하였고, 벽에 걸려 있는 현판의 글자를 '벽봉궁'에서 가문의 공통 선조인 곽자의의 호를 따 '분양'으로 바꿨습니다.
이곳에 오면 먼저 ‘곽자의 기념당’이라고 쓰여진 아치형 문을 따라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가 기념관을 둘러보세요. 그후 다시 반대편 산길로 내려오다 보면 20분도 채 되지 않아 호수 옆에 작은 소백궁이 있는 비후 공원에 도착하게 됩니다. 공원에서 과거 네이후 지역의 관개를 책임지던 다포 호수와 그곳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 보면 마치 과거 농지로 가득했던 네이후의 모습을 보는 듯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