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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 융푸 다리 근처의 수도 공원에서 단돈 100 NTD도 안 되는 입장료로 즐기는 물놀이는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7~8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러가기에 아주 좋은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여름에만 개장하는 수향 정원 물놀이장 외에도, 바로크 양식을 닮은 수도 박물관과 관음산 옆 길 꼭대기에 숨어 있는 저수지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스승과 제자의 우정 이야기도 숨겨져 있습니다.
일본이 대만을 통치하기 시작한 1895년부터 열악한 위생 환경으로 인해 일본군의 질병 감염이 계속되었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문제까지 발생하자 일본 당국은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일본군이 대만에 상륙한 이후부터 1895년 말까지 4천여 명이 질병으로 사망하고, 2만여 명이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돌려보내졌는데 이는 전쟁에서 사상한 인원보다 수십 배는 많은 숫자였습니다. 빠르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당시 대만 총독부의 위생 고문이었던 고토 신페이는 이듬해 스코틀랜드의 엔지니어링 기술자인 윌리엄 벌튼(William K. Burton )과 그의 제자 하마노 야시로를 초청하여 대만 전역을 조사한 뒤 도시 계획을 기획하고 수로 시설의 건설 위치를 물색하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다한천, 징메이천, 신뎬천 등 타이베이의 상류에 위치한 세 하류를 답사한 후 오늘날의 수도 박물관 공원 부지를 선정하였고, 신뎬천의 물을 끌어와 정수장에서 여과하는 방식의 수리 시설을 계획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타이베이 성내 지역(오늘날 타이베이시 중정구 일대)과 다다오청 일대에 물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공관 관음산 높은 곳에 약 15만 명에게 공급 가능한 수량의 대형 저수지를 건설하여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물이 유입되도록 했습니다.
이 저수지의 외관은 특별한 점이 없는 우아한 콘크리트 건물에 불과하여 수도 박물관(수원지 펌프실)만큼 눈길을 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높은 잔디밭으로 올라가면 드문드문 보이는 배기관들이 그 아래에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저수지의 규모에 한번 놀라고, 그것이 굴삭기와 크레인이 없던 백 년 전 사람의 힘으로만 지어졌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1977년 이 저수지는 사용이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건축가 모리야마 마츠노스케가 설계한 저수지 도류벽의 받침대 부분에는 그리스적인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고, 보수 작업과 조명 설치를 통해 신비로운 지하 궁전의 느낌이 가득해지며 2021년에는 이곳에서 타이베이 패션 위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벌튼은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전에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동료들이 오늘날 저수지의 변화를 보았다면 매우 감탄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