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개천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류궁천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개천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우리쉐천입니다.
우리쉐천의 이름은 징메이천의 옛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우리쉐’는 대만 핑푸족 원주민 중 이 지역에 흩어져 살았던 슈랑사(社)와 우리쉐사(社)의 말로‘아름다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쉐천 역시 ‘아름다운 강’이라는 뜻입니다.
한인들이 타이베이로 이주해 경작을 시작하면서 1724년 타이베이 서쪽에서 경작하던 소작농들은 우리쉐천에서 농경지에 필요한 물을 끌어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던 어느 날 자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데, 이때 ‘주’씨 성을 가진 10명의 인사들이 ‘7고(과거 여러 사람이 공동 투자로 사업을 할 때 이들 투자자가 각각 내던 자본금)’의 자금을 모아 부족한 자금을 보충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고 이에 '주칠고천'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개천은 과거 원산 지역 네이후 마을의 밭에도 관개했기 때문에 '네이후 물가'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1940년에는 타이베이의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대부분의 농경지가 건축지로 전환되었고 예전의 수로들도 점차 평평하게 메워져 도로가 되면서 현재에는 소수의 수로만이 기존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쉐천은 공관을 지나 원저우가 부근까지 이어지며 지우벤터우에서 아홉 개의 줄기로 갈라져 흐릅니다. 그 중 세 갈래가 주요 물줄기이며, 오늘날 원저우가 45항에 위치한 곳이 바로 제2 우리쉐 물줄기입니다.
현존하는 야외 수로는 짧은 구간만이 남아있고 수로의 원위치 근처에는 ‘걸으면서 배우는 우리쉐천’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며, 이 수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다리를 건너 인근 원저우가 49항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군 소유의 황무지였던 옛 개천과 근처 녹지 공간은 지역 이장의 노력으로 주민들이 함께 가꿀 수 있는 대학 텃밭이 되었습니다.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수로와 그 옆에서 사람들이 밭을 가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청나라 때 활발하게 사용되던 개천의 모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재현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역사적 장소에서 타이베이가 발전해온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