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함, 번화함, 그리고 고귀함 ── 중산 고속도로에서 멀리 바라보든지, 검담산에 올라 가까이 바라보든지 원산 그랜드 호텔은 이러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이 호텔은 최초에 외국인 귀빈이나 국가 원수의 가족들을 위한 장소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 설계자의 의도가 묻어나 있는 것입니다. 호텔의 최초 경영자는 당시 영부인 쑹메이링이 주관하던“돈목간친회”였습니다. 작가 리퉁하오는 이 곳에서 3~5 일마다 파티가 열렸고“대사들과 귀부인들은 음악에 맞춰 동이 틀 때까지 춤을 췄다”고 서술했습니다. 이는 대만에서 춤과 노래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을 당시 원산 그랜드 호텔이 매일 밤 가무를 즐길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장소였음을 보여줍니다. 호텔은 전쟁의 그림자 속 장제스 총통과 귀빈들의 안전을 위해 동쪽과 서쪽에 비밀 통로를 만들어 비상 시에 대피로로 사용하였으며 현재는 관광객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습니다. 물론 당시 호텔의 실제 운영은 국가 원수였던 장제스 총통의 가족들에게 맡겨졌습니다. 쑹메이링은 그녀의 외손녀이자 전 행정원장 쿵샹시의 둘째 딸로서 쿵과 쑹, 두 정재계 가문이 혼인으로 맺은 후손인 쿵링웨이을 호텔의 총지배인으로 임명하였습니다. “또 다른 쿵”이라는 별명을 가진 쿵링웨이는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제멋대로라고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영부인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줄곧 호텔의 운영 방향을 주도하곤 하였습니다. 또한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성복을 자주 입고 시가를 즐겨 피우며 미혼을 유지했던 쿵링웨이는 권력가 집안에서 태어나 성별에 제한되지 않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일 수 있었던 소수의 여성 중 한 명이었습니다.